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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ilting Bee

                              Ean Choi, Doyub Lee, Yongkuk Ko, Hyeyeon Kim, Jinkyoung Jun, Shinyoung Kim

                              2025.6.27. — 2025.7.26.


김혜연, '지는 해와 지는 해가 아닌 모든 것',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1분

 콤플렉스 갤러리는 6월 27일부터 7월 26일까지 갤러리의 정기 프로그램 <QUILTING BEE> 첫 번째 회차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의 이름 ‘QUILTING BEE’는 19세기 무렵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발생한 동명의 사회 운동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시는 이 운동의 공동체성에 착안해 서로 다른 배경과 방법, 지향점을 가진 다수의 작가가 하나의 공간에서 전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직조해 나가는 장으로 기능한다.[1] 첫 번째 회차에 참여하는 작가는 고용국, 김신영, 김혜연, 이도엽, 전진경, 최이안으로, 서로의 작업에 대한 사전 이해나 사적 관계를 가진 적 없는 이들 여섯 명의 작가는 일정 취미와 관점, 태도를 느슨히 공유하는 듯하다 이내 서로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등을 돌려 나아간다. 전시는 이 같은 교차와 굴절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예측한 적 없는 새로운 한 장의 ‘전체’ 이다. 


 전진경은 수년간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을 방문하며 그려 온 드로잉과, 농성의 뒷이야기와도 같은 ‘등산이 나를 살렸어’ 시리즈 내 회화를 함께 출품한다. 작가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해고된 노동자들의 농성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현장에서 그림을 그렸다. 이후 농성 한 건이 14년만에 일단락되었을 때, 비로소 집으로 돌아간 노동자가 아내로부터 들었다는 말, “등산이 날 살렸어”에 착안해 산을 오르는 사람, 근육을 키워 마음과 일상을 지켜 나가는 사람의 장면을 그렸다. 두 시리즈는 선적인 시간 안에서 순차적으로 창작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긴밀히 연결된 채 작가의 작업 안에서 창작의 주요 구심점이 되고 있다. 농성과 일상은 서로를 지탱하는, 분리되지 않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내내 ‘삶’을 그려 왔다. 투쟁 중 ‘사는’ 이야기, 투쟁과 싸움 전후의 이야기. 투쟁하는 사람의 시간 안에 역력히 존재하는 보통성, 일상성을 그림으로 가리키는 일은, 그림의 대상 삼은 이 사람과 그림을 보는 저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과도 같다.


 김혜연은 퍼포먼스와 영상을 주 매체 삼아 ‘관계’를 성찰하며, 미술로 ‘연결되기’를 시도해 왔다. 출품작 ‘반드시 보기로 합시다(2020)’와 ‘지는 해와 지는 해가 아닌 모든 것(2020)’은 코로나19로 단절과 고립이 일상화되어 타인과 신체를 맞댄 퍼포먼스 수행이 어려웠던 때, 우리가 만나지 않고 연결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만든 영상들이다. 작가는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해를 모종의 연결 고리로 생각했다. 그러나 제목에서 알아챌 수 있듯 지는 해를 찍으러 나선 길 위에서 작가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만나고, 결국 의도했던 장면을 포착하는 데 실패하지만 대신 지는 해가 아닌 모든 다른 만남을 담게 된다. 어긋남을 수용하고 우연과 발견을 긍정하는 것은 작가의 작업 안에서 주요한 태도이자 방법이 되고 있는데, “내 마음대론 안되지만 뭔가 됨”의 즐거움은 작업과 관계 모두에서 작가에게 현현한 감각이고, 작가는 자기의 작업 안에서 관계의 성질을 성취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고용국의 작업은 손 끝으로부터 발생한다. 크고 작은 문구류와 도구들, 놀이감에 둘러싸여 두 손으로 매만지고 주무르고 감각하고 이해하고 상상하던 어린 시간들은 장성한 작가의 작업을 견인할 창작의 근육을 키웠다. 대부분의 경우 작업을 촉발하는 레퍼런스를 따로 규명하기 어렵고, 소재를 손으로 더듬어 나가며 형태와 의미의 뼈대를 세우는 자신의 작업을 작가는 “수공예적 행위”라 부른다. 출품작 중 ‘자정 화장실(2023)’, ‘깰 필요 없어(2023)’, ‘일요일 새벽(2023)’, ‘꽃2(2025)’는 모두, 작가가 줍고 수집한 물건과 자기 반경에서 쉬이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재료를 이렇듯 응시하고 조합해 만든 작품들이다. 특히 주운 재료는 중고로 사들이거나 우연히 획득한 주인 없는 물건들로, 작가는 매체와 양식의 갈래를 가리지 않고 작업 전반에서 이들을 사용하며 이 재료가 자기 작업 안에서 수행하는 의미를 지속해서 읽어왔다. 기억과 경험을 집적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명확히 발화하지 않는 익명성을 지닌, 침묵하고 있지만 중립적이지 않은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작업 안에 들어와 시공간의 차원과 서사를 뒤틀고 넓혀 작가의 통제를 약화한다. 


 이도엽의 작업을 형성하는 주요 개념은 ‘배치’이다. 갖가지 물건을 줍고 재료를 수집하는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형상과 형상을, 지지체와 형상을, 안료와 지지체를, 이 단단함과 저 미세함을 조합하고 조정하며 작가는, 각 배치가 최종적으로 향할 조형적 양식을 가름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동명의 회화들 ‘shower thought(2025)’ 은 샤워하며 떠오른 이미지와 잔상을 드로잉으로 남긴 후, 각종 천과 배경색, 화면 크기와 비율 등 평면을 이루는 주요 요소와 드로잉을 한 데 죽 나열해 놓고 오브제 줍듯 이미지를 선별해 만들었다. 이렇듯 작가는 작업 안에서 특정 서사나 선형적 의미를 발생시키기보다, 수집하고 발견한 이미지와 의미 덩어리, 갖가지 재료와 물질들을 직관에 따라 접합하고 배치해 완성하는 형식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최이안은 안정과 불안, 보호와 위협, 연약함과 공격성 같은 일견 양 극단을 점한 듯 간주되는 지각들이 실은 등을 맞댄 채 혼재함을 감지하고, 이 같은 감각의 층위를 시각화 할 소재와 조형적 방법을 탐구해 왔다. 출품작 ‘pocket(2025)’의 경우, 어미의 주머니 안에서 자라나는 캥거루와, 벌레를 잡아들여 먹어 치우는 식물의 주머니를 화면 안에 병치함으로써 ‘주머니’에 눌러 담긴 겹겹의 의미를 해제하고 있다. ‘pocket’을 비롯해 ‘piercing(2025)’, ‘spark(2025)’는 언뜻 보면 사진이 연상될 만큼 납작한 인상을 건네는데, 작가는 으레 사진 매체가 가지는 사실성과 중립성을 기용했을 때 화면에서 발견되는 의외의 회화적 면모가 보는 이의 사고를 재편하길 기대했다. 충돌하고 대비되는 감각과 정서들은 납작한 화면 안과 옆과 바깥에서 평면과 설치의 성격을 아슬아슬하게 나눠 가진 채 시각화 되어 작가의 자의식을 관통하고 거듭 작가의 언어와 방법이 되고 있다.


 김신영은 재료의 미세한 생김과 유동하는 성질을 탐구하고, 크고 작은 조형적 사건 속에 생성되는 그림을 기꺼이 수용하면서 그림과 그리기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장지 위에 잉크로 그린 그림을 비단이나 삼베에 옮겨 담아 그림이 재료에 스미는 양태와 그림이 분화되는 양태를 살피거나(‘밤’, ‘모래 주머니’, ‘약간 묽은 피’, ‘눈곱’, 2025), 물 먹인 종이가 수분을 잃으며 자글자글 위축되어 도리어 입체성을 획득하는 양상을 살피는 일은(‘기지개, 2024’), 그림이 발생하는 조건과 맥락의 무수한 변수를 향한 작가의 유연한 태도로부터 기인한다. 한편 형상을 구축할 때 작가는 관찰 대상을 이루는 선과 면, 굴곡과 단절을 분해하듯 헤아린 후 눈과 마음과 손끝을 따라 재 접합하고 다시 형태를 세운다. 작가는 특정 형상과 매체적 성질을 목표하거나 주장하기보다, 조형의 요소와 원리를 단단한 바닥 삼고 세계 안에서 자신의 조형이 자리 잡는 양태를 세밀하게 뒤따르는 가운데 관습과 통념을 끊임없이 비켜 나가고 있다.


[1] ‘Bee’는 당대에 타인을 위해 수행하는 공동체적 노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Quilting bee’는 마을의 구성원들이 한 장소에 다같이 모여 앉아 한 장의 큰 퀼트 이불을 함께 직조하던 관습으로, 이 자리는 곧 참여자들 간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되었다.

글 박고은

*All images ©The artist, Courtesy of Komplex gallery.


59, HUAM-RO, YONGSAN-GU, SEOUL, REPURBLIC OF KOREA (04325) | TUE - SAT 11AM - 6PM |  KOMPLEXGALLERY@NAVER.COM

Quilting Bee

Ean Choi, Doyub Lee, Yongkuk Ko, Hyeyeon Kim, 

Jinkyoung Jun, Shinyoung Kim

2025.6.27. — 2025.7.26.

김혜연, '지는 해와 지는 해가 아닌 모든 것',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1분

 콤플렉스 갤러리는 6월 27일부터 7월 26일까지 갤러리의 정기 프로그램 <QUILTING BEE> 첫 번째 회차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의 이름 ‘QUILTING BEE’는 19세기 무렵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발생한 동명의 사회 운동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시는 이 운동의 공동체성에 착안해 서로 다른 배경과 방법, 지향점을 가진 다수의 작가가 하나의 공간에서 전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직조해 나가는 장으로 기능한다.[1] 첫 번째 회차에 참여하는 작가는 고용국, 김신영, 김혜연, 이도엽, 전진경, 최이안으로, 서로의 작업에 대한 사전 이해나 사적 관계를 가진 적 없는 이들 여섯 명의 작가는 일정 취미와 관점, 태도를 느슨히 공유하는 듯하다 이내 서로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등을 돌려 나아간다. 전시는 이 같은 교차와 굴절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예측한 적 없는 새로운 한 장의 ‘전체’ 이다. 

[1] ‘Bee’는 당대에 타인을 위해 수행하는 공동체적 노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Quilting bee’는 마을의 구성원들이 한 장소에 다같이 모여 앉아 한 장의 큰 퀼트 이불을 함께 직조하던 관습으로, 이 자리는 곧 참여자들 간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어 공동체 형성의 기반이 되었다.

글 박고은

*All images ©The artist, Courtesy of Komplex gallery.


59, HUAM-RO, YOUNGSAN-GU, SEOUL, REPURBLIC OF KOREA (04325) | TUE - SAT 11AM - 6PM | INFO@KOMPLEXGALLERY.COM